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IR/Geopolitics] 2012년 한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어제의 보도는 한반도 전체를 불안감에 빠뜨렸다. 코스피 지수는 3.4% 하락했으며 달러대비 원 환율 역시 1.6% 가량 상승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단지 어제 발표되었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들이 기정사실이었다.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전문가들은 이미 올해 내지는 내년에 그가 사망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게 된다는 사실 역시 기정사실이었다.

장례는 총 10일에 걸쳐서 치뤄진다고 한다. 유래없이 긴 장례이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이다. 물론, 북한의 지도층은 어떻게든 현상유지를 통해 현재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에 대규모의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의 정세가 자국의 태평양 전략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미국의 개입은 불보듯 뻔한 일이며, 북한은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개입에 의해 자신들의 모든 기득권과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또한, 6.25 때와는 달리 북한을 뒷받침해주는 세력이 없다. 있다고 하여도 현재로서는 지구 상 어느 국가나 단체도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도전할 수 없다. 때문에 북한 주도의 전면전의 가능성은 낮다.

전면전의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 내부의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지도층 및 군부 내에서의 권력분쟁을 조정하고, 지도자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김정은은 2011년 천안함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형태의, 혹은 더 큰 규모의, 무력도발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군은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백령도 및 연평도 일대에 서북도서 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국지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내부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불만을 잠식시켜야하는 김정은의 입장 역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2012년은 김정은 정권에게 있어서 중요한 해이다. 우선,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받기로 한 해가 2012년이며, 강성대국의 목표를 달성하기로 한 해 역시 2012년이다. 또,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탄생 100주년 역시 2012년으로, 새로운 지도자인 김정은에게는 어떠한 성과라도 내어, 세습에 대한 명분을 확실히 해야만 군부로부터의 신뢰를 얻어 온전히 권력을 이양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 내년 4월과 12월에 총선과 대선이 각각 있다. 북한은 2002년 월드컵 때의 연평해전, 2011년 G20 회의 전 천안함사태 및 연평도 포격 등 우리의 국가적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무력도발을 자행해왔다.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 전, 무력도발을 통해 사회의 혼란을 가중되며, 인터넷 등지에 통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듯한 이미지가 확산되어 북한 정권에 호의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단순히 남한과 북한만의 대립의 장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는 공산진영과 민주진영 대립의 최첨단이었다. 오늘날 역시,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과 러시아, 패권국으로써 동북아 및 환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 그리고 어떻게든 자국의 이익을 유지하고자 하는 일본의 힘겨루기가 보이지 않게 펼쳐지고 있는 전선이다. 더군다나 2012년에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대선이 있으며, 중국의 경우 권력이양이 있다.

러시아의 경우 국가주의자이자 강경론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며, 차기 중국 주석으로 거론되는 시진핑 부주석 역시 샹하이 방으로 현재의 후진타오 주석과 비교했을 때, 강경론자로 알려져있다. 미국 역시 경기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우며, 공화당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보다 강경한 국제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우 대만 및 남중국해 등 영토/영해 문제부터 양국의 무역 및 환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반도 역시 이들의 관심지역이다. 미국에게 한반도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극동 아시아지역의 가장 중요한 축이자, 환태평양 전략을 투사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반대로 중국에게 한반도는 외부세력의 지역침투 거부전략(area-denial strategy)의 완충지대이다. 양국 모두 불안정 사태를 바라지는 않지만, 한반도 내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견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때문에, 미-중 양측에 모두 강경한 지도부가 들어서게 될 경우, 김정은이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의 불만을 잠식시키기 위해 자칫 섣부르게 무력도발을 자행했다가는 한반도 뿐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가 격랑 속에 빠질 위험이 있다. 조금 비약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동북아시아 안보의 불안정은 태평양 전체의 불안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평화에도 역시 매우 위협적인 요소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상적으로는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되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무력도발 및 전쟁의지를 억지하기 위해 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한 편, 국제정세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미리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대북정책의 기조를 이벤트성 사건이나 대중들의 변덕에 따라 자꾸 바꾸기보다는,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을 세우고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여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유와 평화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9일 수요일

[Society]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가 필요하다 ③-2 : 놀이문화의 선결요건

'놀이'란 무엇인가를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실 '놀이' '취미' '여가'로도 대체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사이의 영역들이 애매모호해 구분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놀이'와 여가/취미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칼로 무 자르듯이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음악감상이나 독서, 우표수집을 취미나 여가라고 할 수는 있지만 '놀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을 가는 것, 클럽에 가는 것 등은 여가나 취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놀이'를 다른 어떠한 것들 - 그것이 여가든 취미든 - 과 구분짓는 가장 큰 요소는 '그 목적이 유희적인 요소에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는 '놀이'와 여가나 취미 사이의 교집합에 존재하는 항목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장 1차적으로 '놀이'의 목적은 '재미' 또는 '유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면 놀이가 아니다.


[지식습득을 위한 서적의 독서는 놀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신적 유희를 위한 독서는 '놀이'로 분류할 수 없을까?]


여기에 내가 제시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유익한, '좋은 놀이'의 선결요건으로, 우선은 건전해야 한다건전하다는 것은 유희적 자극이 적절한 수준이어서 육체 및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건전한 자극을 주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같은 유희를 위한 목적이지만 마약이나 폭음은 극도의 자극으로 정신 및 육체 건강을 해친다. 도박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적절한 자극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적절히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실제로 적절한 운동을 통해 육체적 자극이 주어질 때에나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경우에 엔돌핀 등의 작용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철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모두 설명해내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얼추 이것이 어떠한 것을 이야기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


[최근 공개된 무한도전팀 회식사진. 좋은 사람들과의 적절한 음주는 감정/신체적 카타르시스를 가져옴에 틀림없다]


"21세기는 어떠한 모습인가?""우리사회는 어떠한 사회이며, 한국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인가?"에 대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개별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제시해보겠다.

기본적으로 21세기의 첫 십 년을 지나는 시점에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모습은 과도기 말기적인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농경사회적인 문화에서 근대사회적인 문화로 탈바꿈을 하는 과도기가 막바지에 달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어느정도 안정되었지만 아직까지 불안정한 모습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점,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역시 개발도상국이나 신흥시장의 수준은 넘어섰지만 선진국으로는 완벽히 들어서지 못한 점, 시민의식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곳곳에서 성숙치 못한 행동들을 보게되는 점 등이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사회의 발전은 정치 및 경제적인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시민의식의 고양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농경민족이었다. 농사는 혼자 짓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같이 도와가며 짓는 편이 훨씬 유리했고,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풍부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 필요했으며, 이 때문에 대가족을 꾸리고 여럿이서 몰려 살며, 서로의 일을 돕고어른을 공경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를 바탕으로 한 유교사상이 오랫동안 국가의 통치철학이었던 것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였는지도 모른다. 이런 연유로, 우리 사회는 '' '', '' 그리고 ''이라는 가치가 지배해왔다.

[유가사상의 창시자 공자. 공자와 그의 가치, 사상은 농경사회였던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는 모든 것을 바꿨다. 왕권을 지탱해온 ''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대신하게 되고, 가부장제 대가족제도를 지탱해온 '' 역시 아파트로 대변되는 '핵가족화', '' ''은 사유재산권 및 개인주의로 대체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수천 년 동안 농경사회였던 우리 사회가 완전하게 이전의 가치를 내버릴 리는 만무하다. 때문에 상충되는 가치가 공존하면서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거나,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농경사회의 전통과 가치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6.25 전쟁을 필두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현재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60년 가량이라는 짧은 기간을 고려한다면,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경제적으로는 산업화를, 시민의식은 성숙화를 잘 이룩해 왔다고 생각한다.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로 넘어온 이래 여당이 2번이나 바뀌고, 6.25 이후 UN 2위 빈국이 현재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있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질서를 준수하는 모습은 여느 나라에서 보기 쉽지 않은 모습들이다.

['11년 현재, 대한민국 연간 GDP는 $ 1조 1638.5억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월드컵 응원 후 쓰레기를 치우는 붉은 악마들. 우리사회의 시민의식도 한층 성숙해가는 것 같다]


결국 앞으로 한국사회가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선진사회로 갈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문제에 대한 관건은, 여지껏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좋은 가치관, 즉 미덕을 살리면서 새롭게 받아들인 좋은 가치들(예컨대, 개인에 대한 존중이라던가 민주적인 의사결정 등의 가치들)을 잘 융화시키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가치관이 공유되는 기반을 바탕으로, 모든 영역이 유기적인 발전을 영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놀이문화를 생각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면을 잘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는 확연히 개인주의적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함께하는 과 같은 공동체적인 가치에 여전히 익숙하다. 학생들을 보면, 혼자 밥을 먹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 하는 운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급식을 먹든 도시락을 먹든 삼삼오오 모여서 먹고, 운동도 다 같이 할 수 있는 축구와 같은 구기종목을 좋아한다. (물론 부정적으로 표출되어 패싸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한 가지 놀이문화와 관련한 우리사회의 특징 중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우리사회가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짧은 기간 동안에 우리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구어왔다. 이러한 힘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혹자는 훌륭한 지도자를 만났다고 지적할 수도 있고, 혹자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또 지정학적인 위치 상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평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우리는 훌륭한 지도자들을 많이 만났고, 운도 좋았다. 지정학적으로도 공산권을 견제하기 위한 서방세계의 노력에 기인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주도하는 사람들은 몇몇 소수일지 몰라도, 그 변화가 실제로 발생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짧은 시간에 이만큼 많은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한국인들이, 우리 한국사회가 그만큼 다른 사회에 비교했을 때에 역동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류가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이 역동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이나, 역사적으로 동북아시아를 주도해온 중국의 문화가 아닌 우리 문화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세계인들이 그만큼 더 많은 역동성을 느끼고 여기에 매료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는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 한류열풍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공동체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는 훨씬 개방적이며 개인주의적이다. , 이들은 매우 역동적이다. 이러한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순수하게 재미또는 유희를 목적으로 하며, 건강하고 적절한 자극을 주어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는 놀이문화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 번에 개제하게 될 글을 통해, 앞서 제시한 선결요건들에 부합하는 놀이문화를 탐색해보도록 하겠다.

2011년 11월 8일 화요일

[Society]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가 필요하다 ③-1 : 21세기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어떠한 놀이가 필요한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가 필요하다'라는 3부작 시리즈 성 글의 첫 회를 쓴 지도 1 년이 지났다. 첫 글에서는 우리 사회의 '놀이'문화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주'의 폐해와 이 것이 어떻게 놀이문화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다루었고, 두번째 글에서는 놀이문화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루었다. 마지막 글은 '음주'에 대한 대안으로서 한국 젊은이들을 위한 '놀이'문화를 제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에게는 어떠한 '놀이'문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많은 것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아야 했다. '놀이'에 대한 정의, 21세기는 어떤 시대인지, 한국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모습은 어떤지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으로부터, 내가 제시한 의문 -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가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고 너무 비관적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가지 생각들을 다시 되짚어보아야만 했다.

앞선 글들에 따르면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놀이'문화에 대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1) 놀이 문화가 천편일률적이고 제한적이어서 선택의 폭이 좁다
2) 쉽게 떠오르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는 음주인데, 이는 과도해질 경우 불건전하며 사회경제적 비용이 상승한다.
3) 새로운 놀이문화를 창조하려는 시도가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회식자리에서 양주-맥주 폭탄주를 제조하는 모습, 폭탄주는 기형적인 우리사회 폭음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비건전한 폭음문화라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사회경제적 비용과 그 밖의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앞선 글들의 요지였다.

두번째 글은 '놀이'문화가 왜 중요할까에 대한 글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회와 개인에게 큰 효용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은 업무효율성 향상으로 생산성이 제고되고 상상력 및 창의력이 자극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회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서적/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개개인에 있어서 삶의 질과 생산성이 높아지며 이는 결국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불경기에는 알콜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통설(특별히 소주)을 감안하더라도, 나날이 늘어가는 알코올 소비량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폐해, 카타르시스가 분출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폐단들 (예를 들면, 묻지마 범죄나 게임 중독자들), 창의력이 제한되어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기업들과 국가경제, 또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술 외에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놀이' 등은 우리 사회에 젊은이들을 위한 '놀이'가 부족하다는 것이 잘못된 인식만은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청소년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심야 게임접속 제한 관련 법안이 이슈이다. 과연 규제만이 유일한 해법일까?]

그렇다면, 21세기 우리사회 젊은이들에게는 어떠한 '놀이'문화가 필요할까? 21세기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놀이'문화를 정의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 물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1) '놀이'는 무엇인가?
2) 21세기는 어떤 시대인가?
3) 한국인, 한국 젊은이는 어떤 이들인가?

사실 이 세 가지 질문 모두 누구라도 대답하기 어렵고, 권위자가 아닌 이상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의 젊은이로써, 내가 생각하는 '놀이'는 무엇이고, 21세기가 어떠한 시대이고, 한국 젊은이는 어떠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제시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대변하지는 않을지라도 자아성찰에 가까운, 그래서 더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뒤에 이어질 글에는 다음 세 가지에 대한 나 나름의 답을 제시해봄과 더불어, 이에 적절한 새로운 대안, 21세기 한국 젊은이들을 위한 '놀이'문화를 제안하는 방향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2011년 8월 31일 수요일

[Economics / Finance] 내일의 금맥?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르네상스의 대부호 메디치는 은행가였다. 대부업자였던 메디치 가문은 나중에는 장이 열려 전 유럽 각지에서 온 상인들을 위해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환전상이 되었다. 메디치 가문이 최초 은행가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교황청의 잉여 자본을 돈이 필요한 상인들에게 빌려주는 사업 아이디어에 기인한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이 큰 수익을 얻은 것은 명반 광산 투자였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비단이 수입되게 되자, 메디치는 메디치 은행을 통해 명반 광산의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다. 당시 상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비단 교류가 왕성해지기 시작했는데, 비단을 염색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명반이라는 것이었다. 명반의 수요는 폭증하고 메디치 역시 큰 수익을 거두게 된다.

오늘날은 모든 면에서 격변기라고 한다. 특히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 지는 도대체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많은 석학들의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고 유명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고 은퇴를 결심한다. 전문가들이 이럴진데, 개인 투자자들이나 가계의 경우는 더 답답하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경제와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생각해봄으로써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원칙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답이 나오게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격변기의 경우에도, 경제학의 기본 이론을 합리적인 가정 하에 적용한다면,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해답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경제학에서는 수요가 동일할 때에 공급이 줄거나 공급이 동일한 때에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에 해당 재화 및 용역의 가격이 상승한다고 가정한다.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자산이 무엇인지, 반대로 공급이 감소할 자산이 무엇인지, 또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경제학에서의 또 한가지 가르침은,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 화폐의 수급에 따라서 화폐의 공급이 늘어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의 가치가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화폐의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화폐의 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기축통화는 미국의 달러이므로, 미국 달러의 화폐가치의 변화 역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르침, 1)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산의 가치가 결정된다 2) 화폐의 수급에 따라 자산들의 가치가 변한다, 을 바탕으로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 환경, 즉 메가트렌드를 중심으로 생각해본다면, 어떤 자산이 미래의 금맥이 될 지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화폐공급부터 살펴보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인 FRB는 금융위기 직후 TARP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을 시행해 시장에 약 7000억 달러 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이후로도 QE2 (Quantitative Easing)을 통해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기축통화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또 하나의 영향력 있는 통화인 유로화 역시 남유럽 국가(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로 인한 지출로 통화공급이 증가했다. 그 밖의 주요통화인 일본의 엔화 역시 최근 도쿄 대지진으로 인해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재정지출과 이로 인한 통화량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기축통화 및 주요통화들의 통화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은 화폐나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헷지 자산 (hedging asset)인 금 값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실물 자산들 역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QE가 미 상원을 통과하고, 유로존 국가나 일본이 추가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긴축정책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실물자산 가격 상승현상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와 공급의 측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메가 트렌드, 즉 어떤 지역, 산업 등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인지를 살펴보고 이에 요구되는 자산들의 수급현황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로 전세계적인 경제성장이 단기적으로 주춤하는 듯 했지만, 더블딥이나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세계경기는 호조세를 회복했다. 버블이 과대평가 됐다거나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견해도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시장 (emerging market)의 성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IMF의 통계자료를 보면 전세계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현재 4.4%를 보이고 있는데, 선진국은 2.4%인 반면 신흥국은 6.5%, 특히 중국은 9.6%로 신흥국 경제성장 주도의 세계경제 회복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현재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있으며 중국은 2020년경까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은 미개발지로 가득찬 국토를 산업화 단지와 도시로 변모시키고, 농민 등 1차 산업 종사자들을 이러한 산업화 및 도시 지역들로 이동시켜 2, 3차 산업 종사자들로 전환시키며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

많은 국가들이 저개발/미개발국에서 신흥성장국가로 부상함에 따라, 기간산업시설과 도시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본과 자원들이 투입되고,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 도로, 항만, 공항, 전기 및 통신설비 등의 인프라스트럭쳐를 구축하게 된다. 인프라가 구축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지역 및 국가경제는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은 나은 벌이를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해지고 윤택한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새롭게 생겨난 도시는 점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더 많은 물자를 필요로 하게 되며, 상업과 공업은 활성화되며 이에 따라 해외자본이 또다시 유입된다.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산들의 수요가 증가할 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우선적으로 가장 먼저 수요가 증가할 자산은 금속, 그 중에서도 굳이 꼽자면 철광석과 구리일 것이다. 근대 건축물은 대부분 철골 구조물이다. 공항, 항만, 산업단지, 도시상업지구 및 주거시설 등 모든 종류의 건축물 및 설비들의 기본 골격은 철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신흥국가들에 신규자본들이 유입되어 산업화 및 도시화가 이루어진다면, 가장 먼저 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철광석은 매장량이 유한하고, 채산성 역시 급증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공급을 수요에 맞게 증가시키기는 어렵다. 실제로 철광석은 5년 후 수급 불균형 상태에 이를 전망이며 철광석의 가격은 경기 변동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

2008
2009
2010
$126/t
$68/t
136$/t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참조)

또한, 철광석 외에도 구리에 대한 수요증가 역시 예측해볼 수 있다. 신규 도시 및 산업단지에 전기와 통신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선과 통신선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러한 도선설비의 내부에 들어가는 금속이 바로 구리이다. 구리 역시 철광석과 마찬가지로 매장량이 유한하며 채산성 역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므로 가격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물론 최근에는 광통신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이 추세이지만, 이는 정보통신이 발전한 국가들에 한정된 것이며, 전선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에서 중기적으로는 구리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단순히 신흥국가가 아니어도 최근 있었던 일본지진참사나 전쟁을 겪은 국가들에 대한 재건 등에도 대규모 건설 및 인프라 구축이 진행될 것이므로 구리 및 철광석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곡물, 특히 주식이 되는 밀, , 옥수수 등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인구가 급증하게 되며,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생활수준이 개선되면서 식습관이 바뀌어 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양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이러한 곡물들이 식재료 외에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한 발전 등에도 쓰이게 되어 곡물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한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곡물에 대한 꾸준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반면에 곡물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발이 없는 상태에서 경작지의 면적은 줄어들고 있으며 공급의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이상기후와 화재 등으로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호주 등지에서 흉작이 일어 곡물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등한 사례가 있다. 기후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급증하는 수요에 대해 공급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이를 대비해 선도계약이나 선물 등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시도들이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보편화된 에너지원인 석유(원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IEA (International Energy Association)는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 사용량을 앞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선진국들이 점차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데 반해, 신흥국들은 그럴만한 기술적,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을 택하게 된다. 이 중, 화력발전이 더 안전하고 적은 규모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저개발국일수록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최근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사고는 저개발국들로 하여금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석유는 그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고 불안정한데, 특히 매장지역이 특정지역군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 지역은 대체로 매우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최근 MENA (Middle East North Africa) 지역의 쟈스민 혁명이나, 끊임없는 군사분쟁과 테러,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획기적인 신재생 에너지원이 개발되지 않는 한, 석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이 외에도 향 후 몇 년간 꾸준하게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증가할 만한 자산들이 있다. 신흥국가 중심도시들의 핵심상권 및 주거지역의 부동산, 핵심기업의 주식, 커피나 카카오 등 특정 기호식품 등 역시 유망한 자산들 중 하나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들은 해당국가, 지역, 산업 등 특수한 상황들을 잘 고려해야 하므로, 나의 지식 및 분석의 범위 밖의 것이므로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굵직굵직한 경제적 사건, 일생일대의 투자기회는 복잡한 전문지식이나 수식보다는 보편적인 사실들과 합리적인 가정을 근거로 한 예측이 더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큰 부를 일구어 내는 것에는 투자자/기업가의 모험심과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천운이 따라주어야 함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시장에서의 모든 자산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나 기업가라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