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1일 수요일

[Economics / Finance] 내일의 금맥?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르네상스의 대부호 메디치는 은행가였다. 대부업자였던 메디치 가문은 나중에는 장이 열려 전 유럽 각지에서 온 상인들을 위해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환전상이 되었다. 메디치 가문이 최초 은행가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교황청의 잉여 자본을 돈이 필요한 상인들에게 빌려주는 사업 아이디어에 기인한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이 큰 수익을 얻은 것은 명반 광산 투자였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비단이 수입되게 되자, 메디치는 메디치 은행을 통해 명반 광산의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다. 당시 상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비단 교류가 왕성해지기 시작했는데, 비단을 염색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명반이라는 것이었다. 명반의 수요는 폭증하고 메디치 역시 큰 수익을 거두게 된다.

오늘날은 모든 면에서 격변기라고 한다. 특히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 지는 도대체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많은 석학들의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고 유명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고 은퇴를 결심한다. 전문가들이 이럴진데, 개인 투자자들이나 가계의 경우는 더 답답하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경제와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생각해봄으로써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원칙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답이 나오게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격변기의 경우에도, 경제학의 기본 이론을 합리적인 가정 하에 적용한다면,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해답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경제학에서는 수요가 동일할 때에 공급이 줄거나 공급이 동일한 때에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에 해당 재화 및 용역의 가격이 상승한다고 가정한다.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자산이 무엇인지, 반대로 공급이 감소할 자산이 무엇인지, 또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경제학에서의 또 한가지 가르침은,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 화폐의 수급에 따라서 화폐의 공급이 늘어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의 가치가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화폐의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화폐의 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기축통화는 미국의 달러이므로, 미국 달러의 화폐가치의 변화 역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르침, 1)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산의 가치가 결정된다 2) 화폐의 수급에 따라 자산들의 가치가 변한다, 을 바탕으로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 환경, 즉 메가트렌드를 중심으로 생각해본다면, 어떤 자산이 미래의 금맥이 될 지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화폐공급부터 살펴보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인 FRB는 금융위기 직후 TARP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을 시행해 시장에 약 7000억 달러 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이후로도 QE2 (Quantitative Easing)을 통해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기축통화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또 하나의 영향력 있는 통화인 유로화 역시 남유럽 국가(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로 인한 지출로 통화공급이 증가했다. 그 밖의 주요통화인 일본의 엔화 역시 최근 도쿄 대지진으로 인해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재정지출과 이로 인한 통화량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기축통화 및 주요통화들의 통화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들은 화폐나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헷지 자산 (hedging asset)인 금 값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실물 자산들 역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QE가 미 상원을 통과하고, 유로존 국가나 일본이 추가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긴축정책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실물자산 가격 상승현상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와 공급의 측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메가 트렌드, 즉 어떤 지역, 산업 등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인지를 살펴보고 이에 요구되는 자산들의 수급현황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로 전세계적인 경제성장이 단기적으로 주춤하는 듯 했지만, 더블딥이나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세계경기는 호조세를 회복했다. 버블이 과대평가 됐다거나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견해도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시장 (emerging market)의 성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IMF의 통계자료를 보면 전세계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현재 4.4%를 보이고 있는데, 선진국은 2.4%인 반면 신흥국은 6.5%, 특히 중국은 9.6%로 신흥국 경제성장 주도의 세계경제 회복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현재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있으며 중국은 2020년경까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은 미개발지로 가득찬 국토를 산업화 단지와 도시로 변모시키고, 농민 등 1차 산업 종사자들을 이러한 산업화 및 도시 지역들로 이동시켜 2, 3차 산업 종사자들로 전환시키며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

많은 국가들이 저개발/미개발국에서 신흥성장국가로 부상함에 따라, 기간산업시설과 도시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본과 자원들이 투입되고,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 도로, 항만, 공항, 전기 및 통신설비 등의 인프라스트럭쳐를 구축하게 된다. 인프라가 구축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지역 및 국가경제는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은 나은 벌이를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많은 주택이 필요해지고 윤택한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새롭게 생겨난 도시는 점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더 많은 물자를 필요로 하게 되며, 상업과 공업은 활성화되며 이에 따라 해외자본이 또다시 유입된다.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산들의 수요가 증가할 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우선적으로 가장 먼저 수요가 증가할 자산은 금속, 그 중에서도 굳이 꼽자면 철광석과 구리일 것이다. 근대 건축물은 대부분 철골 구조물이다. 공항, 항만, 산업단지, 도시상업지구 및 주거시설 등 모든 종류의 건축물 및 설비들의 기본 골격은 철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신흥국가들에 신규자본들이 유입되어 산업화 및 도시화가 이루어진다면, 가장 먼저 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철광석은 매장량이 유한하고, 채산성 역시 급증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공급을 수요에 맞게 증가시키기는 어렵다. 실제로 철광석은 5년 후 수급 불균형 상태에 이를 전망이며 철광석의 가격은 경기 변동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

2008
2009
2010
$126/t
$68/t
136$/t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참조)

또한, 철광석 외에도 구리에 대한 수요증가 역시 예측해볼 수 있다. 신규 도시 및 산업단지에 전기와 통신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선과 통신선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러한 도선설비의 내부에 들어가는 금속이 바로 구리이다. 구리 역시 철광석과 마찬가지로 매장량이 유한하며 채산성 역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므로 가격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물론 최근에는 광통신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이 추세이지만, 이는 정보통신이 발전한 국가들에 한정된 것이며, 전선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에서 중기적으로는 구리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단순히 신흥국가가 아니어도 최근 있었던 일본지진참사나 전쟁을 겪은 국가들에 대한 재건 등에도 대규모 건설 및 인프라 구축이 진행될 것이므로 구리 및 철광석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곡물, 특히 주식이 되는 밀, , 옥수수 등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인구가 급증하게 되며,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생활수준이 개선되면서 식습관이 바뀌어 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양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이러한 곡물들이 식재료 외에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한 발전 등에도 쓰이게 되어 곡물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한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곡물에 대한 꾸준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반면에 곡물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발이 없는 상태에서 경작지의 면적은 줄어들고 있으며 공급의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이상기후와 화재 등으로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호주 등지에서 흉작이 일어 곡물가격이 단기적으로 급등한 사례가 있다. 기후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급증하는 수요에 대해 공급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이를 대비해 선도계약이나 선물 등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시도들이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보편화된 에너지원인 석유(원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IEA (International Energy Association)는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 사용량을 앞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선진국들이 점차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데 반해, 신흥국들은 그럴만한 기술적,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을 택하게 된다. 이 중, 화력발전이 더 안전하고 적은 규모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저개발국일수록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최근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사고는 저개발국들로 하여금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석유는 그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고 불안정한데, 특히 매장지역이 특정지역군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 지역은 대체로 매우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최근 MENA (Middle East North Africa) 지역의 쟈스민 혁명이나, 끊임없는 군사분쟁과 테러,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획기적인 신재생 에너지원이 개발되지 않는 한, 석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이 외에도 향 후 몇 년간 꾸준하게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증가할 만한 자산들이 있다. 신흥국가 중심도시들의 핵심상권 및 주거지역의 부동산, 핵심기업의 주식, 커피나 카카오 등 특정 기호식품 등 역시 유망한 자산들 중 하나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들은 해당국가, 지역, 산업 등 특수한 상황들을 잘 고려해야 하므로, 나의 지식 및 분석의 범위 밖의 것이므로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굵직굵직한 경제적 사건, 일생일대의 투자기회는 복잡한 전문지식이나 수식보다는 보편적인 사실들과 합리적인 가정을 근거로 한 예측이 더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큰 부를 일구어 내는 것에는 투자자/기업가의 모험심과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천운이 따라주어야 함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시장에서의 모든 자산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나 기업가라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