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헤지펀드와 더불어 유대계 국제금융자본의 음모나 부도덕한 기업사냥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이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란과 장혁 주연의 SBS 드라마 '마이더스'로 인해 우리에게도 이 사모펀드라는 주제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소수의 멤버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사모펀드의 특성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으며 결과적으로 정확한 실체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선입견과 추측성 음모론에 휩싸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많은 음모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유대계 금융재벌들의 비밀스러운 음모도, 부도덕한 기업사냥꾼들의 부정한 축재수단도 아니다. 오히려 사모펀드는 고도화되고 세계화된 오늘날의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기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잠자고 있는 유휴자본을 양지로 끌어올려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며, 결과적으로 경제전체의 활력소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사모, 즉 공개적인 방식이 아니라 알음알음으로,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펀드를 뜻한다. 국가마다 법이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는 주로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나 고액자산가들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디스커버리 펀드나 삼성그룹주 투자펀드와 같은 뮤추얼 펀드들은 공모펀드로, 증권사나 은행에서 펀드상품을 일반대중에게 판매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이런 소수의 큰손들을 상대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러다보니, 사모펀드의 자금의 성격이나 자금모집방식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일쑤다. 대표적으로 칼라일 그룹은 루벤스타인 회장이 워싱턴에서 잔뼈가 굵은 변호사 출신인데다가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 (아버지 부시) 등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을 임원이나 고문 등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잦았고, 초기 군수업체 매각을 통해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의혹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사모펀드들도 추가적인 자본조달을 통해 증권 거래소에 상장을 하게되고 이 과정에서 창업주 외의 주요 주주들은 대형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 투자자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사모펀드'라고 할 때에 생각하는 것은 바이아웃(Buy-out) 펀드이다. 해외에서는 헤지펀드, 벤처캐피탈 등도 모두 광의의 사모펀드로 포함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모펀드'라고 하면 통상 기업들을 인수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해서 매각하는 바이아웃 펀드를 지칭한다. 주로 실적/재무구조가 악화되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M&A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사모펀드에 의해 인수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가 외환은행(론스타)과 한미은행(칼라일) 등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이면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사모펀드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4조 7천억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알려졌다.
사모펀드가 기업들을 인수해서 되파는 과정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인수 딜 구조를 짜고, 인수 후 기업가치제고 전략을 짜고, 다시 매각하는 전 과정에 걸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해당 능력을 갖춘 투자은행가, 컨설턴트, 회계사, 법률가, 전문경영인(또는 해당 산업 전문가) 등이 사모펀드에 채용된다. 내부 인사로 부족할 경우에는 인수한 기업의 CEO를 물색해서 '모셔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모펀드는 키맨(key-man)들의 전문성과 네트워크에 의존하며 팀의 구성을 배타적으로, 소수의 전문가들로 제한한다. 대형 사모펀드들의 주요 임원 및 직급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금융계와 기업계 최고의 엘리트와 스타플레이어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공개채용도 없고 (적어도 한국 오피스의 경우) 경력이 없는 신입은 채용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들은 일반적으로 고소득 직종인 투자은행원들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는다. (2011년 최대 사모투자회사인 블랙스톤 임직원의 연봉은 투자은행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골드만삭스 임직원 연봉의 2배였다) 사모펀드의 이러한 배타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일반 대중들에게 오인의 소지를 남기기에 충분하다.
바이아웃의 중요한 기법 중 하나로 논란이 많이 되고있는 것으로 LBO (Leveraged Buy-Out) 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인수주체가 인수대상기업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차입을 받아 기업을 인수한 뒤에 차입금을 되갚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되어있으나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되어 온 기법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80년대 말에 이런 LBO 기법을 이용한 사모펀드와 기업사냥꾼들이 큰 돈을 벌며 금융계와 기업계를 움직이는 권력으로 군림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9년 KKR 펀드의 RJR 나비스코사 인수인데, 이 딜은 당시 최대규모의 것으로 KKR은 과자회사인 나비스코를 311억 달러에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나비스코 딜은 금융비용을 제하면 1% 가량의 수익밖에 거두지 못하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LBO를 잘만 활용한다면 경영능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전문가들에게는 그들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채권자에게는 고수익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이므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음)의 기회를, 또 기존 주주들에게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우리들에게 각인된 사모펀드에 대한 인상은 국부(國富)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출/국산은 좋은 것이고 수입/외제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정서에 기인한다. 물론 은행과 같이 국가경제에 큰 영향력을 갖는 기업들을 외국계 자본에 매각 당한 것이 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로비, 주가조작 등의 불법행위들이 이루어졌다면, 또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들이 진행되었다면 더더욱 문제시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분해할 것이 아니라 더 냉정히 따져보아야 한다. 과연 그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아니었다면 당장 그만한 자금을 수혈하고 기다릴 여력과 의지가 있는 주체들이 있었을까? 이미 국가재정은 파탄이 나 있는 상태였고 때문에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추가적인 자금조달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재무적 투자자인 대형 자산운용사들이나 보험사들은 그정도 규모의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다. 당장 은행이 도산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경제 전체에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면, 경제 체질을 건강하게 하고 기간산업들에 대한 보호책을 잘 육성하며, 사모펀드에 대해 더 잘 연구해서 우리 역시 역으로 같은 기회를 갖게 되었을 때에 해외의 전략자산들을 취득하거나 새로운 투자기회들을 모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옳은 자세가 아닐까?
몇 년 전 우리금융 계열 사모투자회사가 지배주주로 있는 금호종금이라는 국내 종금사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침체된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기회를 발굴했다. 바로 AIG 본사빌딩을 헐값에 매입한 것이다. AIG 빌딩은 뉴욕의 상징적인 마천루 중 하나인데 이를 우리기업에서 인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은행과 빌딩의 인수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피눈물을 흘리며 헐값에 기업들을 매각당한지 10년 만에 우리 금융사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의 상징물 중 하나를 인수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항상 준비하고 실력을 갈고 닦은 자들에게는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사모펀드는 침체되거나 경영난을 겪는 기업/자산들을 인수해 전문성을 극대화 하여 이들의 가치를 제고하고 이를 다시 매각해 수익을 올린다. 이를 통해 자본의 효율성, 인력자원의 전문성, 그리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 예전에 국내 사모펀드 고위임원 한 분을 만나뵐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께서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Private Equity is the King of Capitalism (사모펀드는 자본주의의 왕이다)”. 나는 사모펀드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Private Equity is Cadillac of Capitalism (사모펀드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역사의 모든 위대한 발견들이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함과 동시에 많은 위험성을 유발했듯, 자본주의의 꽃 사모펀드는 그 쓰임에 따라 우리에게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험성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 만으로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려 도태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