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0일 화요일

[Economics / Finance] 시장이 할 수 없는 것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위기 시대라고 부릅니다. 2008년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로 위기' 불은 세계화로 연결된 여러 국가들에 급격하게 번져 세계적인경제위기' 확산되었습니다.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인 모순,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상적 기반인 경제학의 문제점에서 기인했다는 문제인식과 경제위기로 인해 불거진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은, 자본주의, 나아가서는 오늘날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위기의 주범으로 규탄받는신자유주의 경제학역시, 시대적 변화의 산물이므로, 막연히 이론에 대해서 비판하기 보다는 상황적인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이런 차원에서 20세기의 국제정세 정치, 경제, 사회, 기술, 학문 여러가지 요소의 변화에 따른 경제사상, 경제학의 변천사를 되짚어보고, 급변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고민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시장주의가 만연하던 1900년대 초반의 풍요는 1929 대공황의 발생과 함께 끝을 맞았습니다. 시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없다는 인식으로,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으며, 전쟁으로 얼룩진 30~40년대를 지나 60년대에 이르기까지 군수물자생산, 공공사업투자, 전후 복구 등에 대한 정부지출의 확대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로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점차 지나친 재정지출과 이를 메우기 위한 세율,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덫으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미국은 공산권과의 냉전과 베트남전으로 인한 국방지출 증대로 재정이 크게 악화되었으며, 영국 역시영국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도한 복지지출로 인한 사회/경제 문제가 대두되면서 케인즈식 정부지출을 강조하는 당시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을 위시한 시카고 학파 등은 규제철폐와 시장개방, 감세 등을 모토로 하는신자유주의 경제이론' 들고나와 민간 부문의 자율성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파업하는 영국 광부들의 모습)


현실경제의 이러한 문제들과 함께, 공산주의 소비에트 연방을 봉쇄하고자 하는 미국 서유럽 국가들은 정치/안보/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교류 협력 확대를 시도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통신과 운송수단의 발전은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 무역을 촉진시켰습니다. 무역의 확대에 이어 해외 직접투자 서구권 기업들의 다양한 방식의 해외 진출은 국경을 넘는 자본의 이동을 가속화 했으며, 71년도 베트남전 등으로 인해 국방부문의 과도한 지출을 겪어오던 미국의 달러화 금태환 중지로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변화하면서, 국가 차원에서는 통화공급의 조절을 통해 경제를 컨트롤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진 반면, 기업들은 이에 따라 새롭게 파생된 환율리스크나 이자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금융기법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금융/재무론 국제통화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1940년대 사뮤엘슨이 수리적 / 정량적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한 이후로 하나의 자연현상처럼 경제를 설명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종전에는 ‘Political Economy’라고 불리던 경제학을 ‘Economics’, 급기어는 ‘Econometrics’ 바뀌어 불리게 되었습니다. 국제관계 / 정치 / 사회 / 법률 인간사회의 여러 분야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자연과학처럼 인식하기 시작한 입니다. , 앞서 언급한 통화량이나 여러가지 금융 위험들의 해결이나 관련된 이론의 증명을 위해 많은 수식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컴퓨터의 발명은 많은 거래와 연산들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인식을 각인시키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부터 자연과학에서는 많은 변수들에 대해 고려하기 시작하고, 학문과의 상호교류를 증가시켜 왔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계량 경제학의 아버지, 사뮤엘슨)





이처럼 경제학은 사회현상이 아니라 마치 과학처럼 인지되면서, 국제정세/정치/법률/사회 등의 여러 분야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변수들이 통제되는 하나의 독립적인 현상으로 이해되고, 영미식의신자유주의 경제학' 경제이론들은 자연과학의 법칙들과 같이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 경제학의 이론들은 수식으로 증명되기 때문에 과학처럼 느껴져, 언어로 표현되는 사회과학이나 인문학과는 달리 가치중립적으로 느껴지며, 이론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 실제로는 중립적이지 않은 대전제와 명제들마저 보편적 진리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경제학은, 실제로는 은연 자신의 이론을 구성하는 전제들을 보편적 진리처럼 사람들에게 주입함으로써, 다분히 교조적인 색채를 띄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현상은 본질적으로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속한 국가나 사회의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며, 해당 국가나 사회의 정책과 법률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 사회의 역사적/문화적 특징은 구성원들의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경제현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 적용은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개인주의가 일찍부터 발달한 서구사회와, 공동체주의적인 정서를 오랫동안 간직해 동양사회에는, 다른 방식의 경제학, 자본주의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은 이러한 본질적인 특성 - 사회나 국가 안에서 구성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현상이라는 - 도외시하고,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론처럼 간주하여 다른 분야들과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경제학의 이론들을보편적 진리'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론인 경제학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자연법칙처럼 이해되어, 오늘날의 경제위기와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합리적 인간의 이기심효율적 시장의 기능 상호작용은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한다는 명제는 거의 상대성 이론이나 만류인력법칙과 같은 과학이론들처럼 공리화(公理化, axiomization)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이론을 형성하기에 필요한 이러한 가정들 - 경제학의 대전제와 기본 명제들 - 과연 자연법칙과 같이 변하지 않는 진리일까요?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서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합리성을 기준으로 모든 판단을 내리지 않아야 때가 있습니다. 또한 시장의 손에만 맡겨졌을 , 자원의 배분이 항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이 자연환경 등의 공공재를 배분하는 경우나 특정 산업들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일부 독과점 기업들이 담합을 하는 경우 , 시장에만 전적으로 자원의 배분을 맡기는 경우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이것은 심지어 기존 경제학에서도시장실패' 라고 일컫는 개념입니다.


(“탐욕은 좋은 이라고 역설하는 고든 게코, 영화 스트리트”)

경제학은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고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기에, 수식의 변수들은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서 달라질 밖에 없습니다. ,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증명해내는 과학이론과는 다르게, 사회현상에 대한 학문인 경제학의 경우, 이론이 현실에 적용이 되었을 , 사회현상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인간사회는 서로 다른 주체들의 수많은 교류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경제학의 이념적 근거가 되는신자유주의 경제학역시, 당시의 상황 국내 경제문제의 해결, 그리고 기술발전에 따른 무역 / 금융거래 증가 - 에서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 ‘신자유주의 경제학 저변에 깔려있는 자유주의적 전제들 역시, 공산권의 사회주의적 / 전체주의적인 이데올로기와의 이념적 대립각을 세우고, 자유진영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이념적 무기로 사용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목적성을 띄는 전제들과, 이러한 전제들을 바탕으로 가변적 변수들을 고정시켜놓고 수립한 이론들을보편적 진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레이건 대통령과 악수하는 밀턴 프리드먼, 경제와 정치를 떼어놓고 생각할 있을까요?)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사회과학에서 불변의 보편적 진리란 존재할 없습니다. 경제학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70년대 전까지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항상 반비례 한다고 믿었고, 정치인과 관료들은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경제학의 가르침과는 달리 물가와 실업률이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사회전체의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되었으며, 비용상승은 물가와 일자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에 따른 경제위기와 여기에서 파생된 갖가지 사회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해서 여러가지 정책들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온 당시의 처방과는 전혀 다른, “시장논리의 도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은, 궁극적으로는자유시장경제 체제라는 자원배분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고, 지난 40년간 유한한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서, ‘시장이라는 판단의 척도를 제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있다고 믿는 현대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적인 예로,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정부에 계속해서 자신들의 자율성을 요구해왔지만, 2008년도 금융위기 이후로 지속되는 금융불안과 위기감의 확산은 시장이 이미 자정능력을 잃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는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개인의 자유로운 이익추구와 시장 효율성 사이의 함수 대한 맹신이 한계점에 다다랐으며, 자유시장경제라는 자원배분 시스템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처럼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논의들은, 단기적으로는 위기와 여러가지 사회문제의 해결에 목적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옳은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후발산업국으로서 자본주의의 역사가 일천한데에 반해, 고도로 집약된 성장을 거치면서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경제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들이 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일방적으로 기존의자유시장경제체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회의 여러가지 요소들역사적, 정치적, 문화적인 측면들 고려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경제 시스템을 고안해내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시장은 어떠한 역할을 것인지, 정부는 어느정도 개입을 것인지, 분야의 문제들에 있어서 어떠한 가치들을 우선에 놓고 판단을 것인지 그래야만 사회가 건전한 성장을 하고, 구성원 간의 통합을 유지하며, 나아가서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아낼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들에 대한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미래 분야를 짊어지고 우리 젊은이들의 몫일 것입니다.



위 글은 '이들' 포럼 발제 및 토의 내용을 필자가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요약정리한 것 입니다. 더 많은 내용은 www.theviews.com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