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일 화요일

[Politics] 등소평의 리더십


얼마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시진핑이 사실상 내정되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동북아의 맹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차기 지배구조의 개편에 대해, 우리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1당 지배 체제로, 당 차원에서 차세대 지도자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평화롭게 정권을 승계할 수 있게끔 한다.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게 될 시진핑은 현 국가 주석인 후진타오로부터, 후진타오는 장쩌민으로부터, 그리고 장쩌민은 등소평으로부터 권력을 승계받았다.

등소평, 중국어로는 덩샤오핑이라고 불리는 그는 근대 중국사에서 모택동(마오쩌둥)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모택동이 어지러운 중국을 하나로 통일시켜 신중국을 건설했다면 등소평은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의 무리로 얼룩진 신중국을 개혁하고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이끌었다. 역할만 놓고 본다면, 모택동은 전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일본을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나 조선 시대의 태종 이방원과, 등소평은 통일국가로서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도쿠가와 이에야스나 세종과의 관계와도 비슷하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등소평이 이처럼 중국 경제발전의 아버지로 불리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그의 긴 정치 인생에 걸쳐 총 3번이나 실각을 당했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실각을 당했을 때에는 그의 나이가 60을 훌쩍 넘긴 시기였다. 또한, 이 때 사랑하는 아들이 불구가 되었다. 이처럼 많은 난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소평이 중국 근대사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고, 나는 이 요소들을 크게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긍정의 힘을 들 수 있다. 등소평은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특유의 불굴의 의지와 투지로 난관들을 헤쳐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단순히 오기나 악으로만 버텼다면 그는 3번의 실각과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긴 유배생활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등소평의 혁명 동지였던 천이는 정적으로부터의 공격에 분개해 끊임없이 분노하고 번민하다 결국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설령, 그런 시련을 버텨내고 다시 정권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를 축출해낸 모택통과 문화 혁명세력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조국의 발전이라는 대의를 보지 못하고 정치적 보복에만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등소평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몰아냈던 모택동의 업적을 기리고 조국의 발전을 위해 정진했다. 등소평이 이처럼 작은 원한이나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주어진 시련을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견뎌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등소평의 주변의 사람들’, 즉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리더 혼자서만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이끈다고 조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소평이 마지막 실각으로부터 다시 정권을 잡을 때에, 그의 오랜 혁명 동지였던 저우언라이가 없었더라면, 이러한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등소평에게는 그의 비전을 사후에도 실행으로 옮겨줄 후배 동지들도 항상 함께했다. 오늘날 중국을 이끌고 있는 장쩌민,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도 모두 등소평이 끌어주던, 말하자면 문하생인 셈이다. 등소평은 이처럼 사람들의 도움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아랫사람들을 최고의 자리로 끌어주기도 했다. 물론, 등소평의 주변에 걸출한 인재들이 많았던 것에는 어느 정도의 운이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은 일면에서는 좋은 인복을 타고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등소평은 인복관리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나는 등소평의 리더십의 원천과 성공의 요소를 긍정의 힘과 주변의 사람들로 본다. 물론 이 밖에도 등소평의 명석함과 논리력, 비전의 제시, 희생정신 등도 그를 최고의 반열에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다른 능력들보다는 긍정의 힘사람들이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이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둔재를 이기지 못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를 빠뜨렸다. “천재든 노력하는 둔재든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인사가 만사다.” 결국 등소평을 금세기 동양 최고의 리더로 이끌었던 것도, 이러한 끊임없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련과 리더로서의 역할을 즐기는, ‘긍정의 힘과 주변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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