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중국의 부상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시절 중국사 시간에 중국의 정치 지배구조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공산당이 잠재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중국에 대한 통제권을 잃거나 중국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론이야
어쨌건 보고서로서는 빵점짜리 졸작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중국은 떠오르는 신흥패권국이다 -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8%에 육박하며, 13억 6천만의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고,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그리고 괄목할만한 군사력을 지닌 강국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국은 오늘날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으며, 달러화 표시자산을 3조 달러나 보유하여 패권국 미국의 최대 채권국가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 지속될 경우에 2030년경에는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월하고 이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갖게 된다면 미국을 대체하는 슈퍼파워가 탄생할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중국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많은 약점들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성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가 어려우며,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날은 생각보다 가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달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흥미로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동영상은 STRATFOR 라는 국제정세 분석회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협을 경고하고 있었다. 이 동영상의 주된
내용은 "그림자 금융"에 관한 것이었다. "그림자 금융" 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채권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PIMCO
에서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기록되지 않는 부외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거래를 정의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은행권 자금이 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통해서, 소규모 소비자 금융회사에
의한 대출, 중소기업 상업어음 할인, 전당포, 고리대금업 등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그림자 금융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에서는
헤지펀드나 파생상품 거래 등에 사용되었던 반면, 중국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신용망에 접근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득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거래를 위해 사용된 것이다.
STRATFOR는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경우에 12조 위안에서 많게는 30조 위안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1.9조에서 4.8조
달러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중국의 현재 인구가 13억 6천 만명 정도라면, 1인당 적어도
1,400 에서 3,500 달러 정도의 그림자금융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서 이루어진 대출들은 상당히 금리가 높다는 것인데, STRATFOR는 그림자 금융 대출금리를 20~3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수치조차도 상당히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중국보다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우리나라조차도 대부업법 법정 이자율은 현재 39%이지만, 연간 100% 가
넘는 이자를 받으며 폭리를 취하는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업자들에 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STRATFOR의
보수적인 이자율을 바탕으로 계산을 해보더라도, 평균 중국인 1인당
연간 280 달러에서 1260달러 사이의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중국인 1인당 GDP가 6000 달러가 좀 넘으니,
자신의 연간소득 중 적게는 4.6%에서 많게는 21% 정도가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통해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갚는 데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더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중국의 그림자 금융시스템의 규모가 GDP의 40%를 넘는 3.2조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았다. 모건 스탠리 글로벌 투자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Ruchir Sharma에 의하면, 중국인 1인당 부채비율은 연간 GDP의
200% 정도이다. 이는 국가 및 지방정부 채무만을 합산한 것인데, 그림자 금융을 통해 차입한 것들을 추산한다면 추가적으로 GDP의 40~50% 정도의 숨겨진 부채가 더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가 빚더미에 앉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양호해 보일 수도 있다. Ruchir Sharma는
미국의 연방 및 주정부 부채들을 합산해보면 미국인 1인당 평균적으로 연간소득의 350% 에 해당하는 부채를 지고 있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개인의 채무는 주택, 자동차, 학자금 대출, 보험 등등 유무형의 자산들을 취득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또 연방예산의 대부분은 국방이나 사회보장기금 등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는 데에 사용된다. 반면에 그림자 금융시스템에서 돈을 빌리는 중소기업이나 중국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때문에 현재의 부채수준에서 그림자 금융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은 상당하다. 중국과 미국의 또 다른 차이점은,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가이나, 중국은 개발도상국들 중 가장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1인당 GDP가
미국의 7분의 1 수준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개인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커진다. (일부
중국 신용평가사가 무디스나 피치 등에서 평가하는 것보다 미국의 실제 신용도는 더 낮고 중국의 신용도는 더 높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공허하고 의미없는 것일 뿐이다. 금융시장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 누구이며,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돈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누구인가!) 마지막으로, 미국의 부채는
FRB의 통화정책에 의해서 언제든지 탕감될 수 있다. 중국이 3조 달러 어치의 달러표시자산을 갖고 있는데, 만약 연준에서 달러를
현재가치의 75% 수준으로 평가절하하려고 한다면, 실제로
중국의 달러표시 자산 중 25%의 가치가 증발하는 것과 동일하다. (중국은
채권과 통화를 거의 반반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미국 국채를 투매할 수 없다. 통화를 매도하든 채권을
매도하든 나머지 보유자산의 가치는 폭락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화폐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EU 뿐만 아니라 BRIC 국가들조차도 자국통화를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 있고, 이는 중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기업이나
국영기업들은 견딜 수 있겠지만, 중소업체들이나 영세 개인사업자들은 이러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도산하게
될 것이고, 이는 대규모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역시 환율전쟁에 가담했는데, 이는 경쟁력 없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2008년 금융 위기에는,
국영 혹은 거의 국영이나 다름없는 여러 은행들을 통해 신용을 확대시키고 정부지출을 늘려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의 팽창으로 인해서 중국 국내 통화량이 자국 GDP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Ruchir Sharma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통화량은 10조 달러 정도로, 7조
달러 정도의 GDP보다도 더 큰 수치이며, 이는 심지어 미국
내 통화량(8조)보다도 더 크다고 한다.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을 때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13억분의 1의 확률을 뚫고 그 자리에 올라선 중국 공산당 위정자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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